[이창준리더십이야기] 어떻게 살것인가?
관리자등록일 : 2017-03-22조회 : 2540
삶을 탐색하는 전형적인 질문의 하나는 '나는 누구인가?' 입니다.
하지만 이 말은 오늘날 '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?', 또는' 내 꿈은 무엇인가'로 대치된 인상입니다.
누구인가를 묻지 않고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찾는 일은 어딘가 앞뒤가 안 맞아 보입니다. 그렇다고 이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.
일찍이 데이비드 흄은 이렇게 토로했습니다."나 자신이라고 부르는 것 속으로 깊이 파고들면 나는 특정 지각과 구분되는 오롯한 나 자신을 결코 포착하지 못한다"고.
신경과학이 밝혀낸 지금까지의 사실을 종합하면 '자아'는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라 다양한 감각과 경험의 꾸러미(bundle)들입니다.즉, 불변하는 진짜 자아가 어딘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하나의 환상이며, 그보다 자아는 시간과 함께 그 꾸러미의 요소들이 쉼 없이 변해가는 구성물이라는 것입니다.
비록 우리는 뇌의 속임수로 인해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여전히 변함없는 일관된 자아가 있다고 믿고 있지만, 실은 두 개의 시간대에 존재하는 엄밀한 의미의 같은 자아는 있을 수 없습니다.
그렇다면 과학이 밝혀낸, 견고한 자아의 부재가 우리의 고유한 존엄성을 위협하는 것일까요?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. 그러나 그보다 이 사실은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. 우리의 자아는 우리의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다시 새롭게 기획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.
허망하고 공허하며 때로, 우리 삶을 미궁에 빠뜨리는 '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'라는 질문은 대신, 이렇게 바꾸어 볼 수 있습니다. '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?' '나는 무엇을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가'자기 존재를 관통하는 도덕적 명령으로부터 삶의 길을 발견하고 이에 도달하고자 하는 의지의 기획이 어쩌면 자아를 탐구하는 본질에 더 가깝습니다.우리의 삶이 쪼잔하고 저급해진 이유는 자기 욕구와 열망의 발현만이 행복이라고 믿는 데 있습니다. 천박한 비전과 자신감을 무기로 미래를 선취하는 일이 성공이라고 믿는 데 있습니다. 그것은 오히려 자아의 타락을 부추깁니다.
정체성은 자신을 구성하는 역사의 시공간으로부터 낡은 자기 존재를 해체하고, 자신의 고유함과 이상에 길을 내어주는 과정에서 구축됩니다.그런 삶이 자기 고유성과 함께 윤리적 함의를 가질 뿐 아니라, 이른바 진정성이라고 하는 이상에 더욱 더 부합합니다.